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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겨누던 경제민주화, 생활 속 법안으로 방향 틀었다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7 04:06

수정 2014.11.04 19:57

기업 겨누던 경제민주화, 생활 속 법안으로 방향 틀었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재벌 소유구조개혁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라는 '거대담론'에서 민생과 직결된 '생활 속 경제민주화'로 확산될 전망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포털, 저작권, 화장품, 스포츠 등 '생활 속'의 불공정행위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를 대기 중이다. 특히 여야는 통상 국회 휴지기인 7~8월을 민생입법 마련을 위한 시기로 규정하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법안에 반영하기 위해 민생방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법안들은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상정될 예정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는 유례 없는 생활 속의 경제민주화 입법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포털 등 '생활형' 법안 발의 예고

정치권에 따르면 주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규제를 담당한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제는 생활 속 영역으로 스며들 전망이다. 여야가 앞다퉈 '공룡' 포털의 독과점 문제 개선, 저작권자의 수익 분배 강화, 화장품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 규제 등 다양한 업계의 불공정행위 개선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

새누리당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의 불공정행위 근절 방안인 '포털 개혁 방안'을 당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이미 한 차례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직접 온라인사업자와 함께 내주에 간담회를 열 예정인 것. 새누리당은 포털사이트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및 기술 모방 등으로 인한 온라인 상권 발전 저해를 주요 문제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털을 이용하는 개인거래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의원은 "네이버로 인해 부동산, 웹툰 등 분야별 불공정행위 피해를 받은 것이 판단되면 공정위 차원에서 행정권을 발동하고 시정이 되지 않으면 입법 검토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경실모)'도 이미 공룡 포털 독과점 문제부터 프로야구 내 구단과 선수 간 불공정행위까지 관심폭을 확대하며 경실모 시즌3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권도 저작자의 창작권을 보호하는 저작권법 개정안과 화장품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 개선 등 민생 밀착형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저작권법 개정안은 창작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창작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두고, 저작권위원회의 10분의 3 이상을 저작권 권리자(저작자 및 실연자) 및 이용자(소비자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위원으로 구성토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국내 저작권의 분배구조상 5~10% 수준에 불과한 저작권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최초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저작권위원회 25명 중 2명만이 문화평론가, 출판사 관계자이고 나머지는 판사, 변호사 등 법조계 일색"이라면서 "이 중 저작권자들의 목소리와 소비자단체 등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인원을 2배 이상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예술인복지법'의 경우도 현재 권고 조항으로 돼있는 예술인 표준계약서 작성 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로 촉발된 대리점 업계의 불공정행위 개선 방향은 화장품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 실태를 고발하면서 공정위에 아모레퍼시픽 조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김 의원은 기자와 만나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거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밀어내기 금지 강제 조항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패러다임 변화 영향

이같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트렌드가 거대담론에서 생활 밀착형으로 변화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경제 패러다임이 성장 중심에서 복지 중심으로 변화하는 환경을 지목했다. 국가 주도로 성장을 하던 1970년대와 달리 복지가 중심 화두로 부상하면서 소비자 후생에 관한 국민적인 관심이 증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상승 교수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 소비자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이익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고 그것이 공정거래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프로야구의 경우도 미국에는 이미 '스포츠의 반독점경제학'이 존재한다"면서 "미국 프로야구에 FA제도가 생긴 이유도 구단 측의 횡포에 선수들이 집단으로 소송했기 때문이고 우리나라도 점점 선진화되면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생 밀착형 경제민주화 법안이 주류를 이루는 것에 대해 여야의 유권자 표심 얻기 전략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입법이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어 생활 밀착형으로 파고드는 것이란 설명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여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등 일반 유권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보다 보다 어필하기 쉬운 영역을 찾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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